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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된 상아탑의 낭만: 대학 대동제의 대형 콘서트화가 초래한 사회적 부작용
최근 서울 주요 대학들의 봄 축제(대동제)가 유명 연예인 중심의 대형 콘서트 형태로 변모하면서 심각한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려대에서는 공연 부스 설치를 위해 10년 넘은 나무들을 벌목해 논란이 일었고, 경희대는 연예인 섭외 대행에만 2억 2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입장권 목적의 학생증 암거래와 새벽 대기 알바가 성행하는가 하면, 극심한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에 중앙대는 귀마개 1천 500개를 배부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1. 사라진 쉼터와 벌목된 나무들: 축제 명분 아래 자행된 환경 훼손
대학 캠퍼스는 단순한 강의 공간을 넘어 학문적 사색과 청춘의 휴식이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그러나 최근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서는 지극히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학생들에게 따스한 그늘을 제공하던 양버즘나무 12그루와 정겨운 등나무 벤치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조사 결과 이는 다가오는 대동제 축제 기간의 연예인 공연 무대 확보와 상업용 부스 설치를 위해 학교 측이 전격적으로 벌목하고 철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 몇 일간의 축제 흥행을 위해 수십 년간 캠퍼스를 지켜온 자연과 생태적 가치를 과격하게 짓밟았다는 점에서, 대학 사회 내의 도덕적 해이와 가치관 전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2. 수억 원대 연예인 섭외 경쟁: 상업 기획사로 전락한 대학 축제
오늘날 대학 축제의 흥행 수표는 더 이상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나 창의적인 학술 행사가 아닙니다. 오직 '어떤 정상급 연예인을 초청하느냐'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이번 봄 대동제를 준비하며 유명 연예인 섭외와 무대 연출을 대행할 전문 업체 선정에만 무려 2억 2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용역 요청서에 '최정상급 아이돌'과 '정상급 힙합 가수'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 만큼 대학 측의 행보는 노골적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억눌렸던 보상심리와 화려한 볼거리를 갈망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등록금과 학생회비로 조성된 귀중한 재원이 단발성 소비성 행사에 과도하게 탕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3. 학생증 암거래와 줄 서기 알바: 축제 과열이 낳은 기형적 암시장
외부 대형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축제 열기는 급기야 캠퍼스 내에 정당하지 못한 암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근 주민과 타 대학 학생 등 외부 인파가 폭발적으로 몰려들자, 각 대학은 재학생 보호를 위해 '재학생 우선 입장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도리어 부작용을 낳아 서강대학교 축제에서는 특정 아이돌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재학생 학생증이 10만 원에 거래되는 불법 행위가 포착되었습니다. 단속을 피하고자 해당 학교의 구호나 주요 건물명을 암기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공연장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대기줄이 형성되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나아가 대기자들을 상대로 음료를 배달하거나 자리를 지켜주는 유료 심부름 서비스까지 성행하는 등 대학 축제는 이미 자본주의의 일그러진 단면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습니다.
4. 귀마개 1천 500개의 상징성: 무너진 학습권과 캠퍼스 일상
축제의 거대한 소음과 혼란은 학업에 열중하고자 하는 또 다른 학생들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대형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출력의 음악과 환호성은 강의실과 도서관의 벽을 뚫고 들어와 정상적인 면학 분위기를 완전히 파괴합니다. 오죽하면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축제기획단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축제 기간 동안 1천 500개의 귀마개를 무상 배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겠습니까. 소음을 피해 강의실을 임시 개방하는 고육책까지 동원되는 현 상황은, 대학의 본질인 교육과 연구의 권리가 단지 유흥이라는 일시적인 유희에 밀려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서글픈 단면입니다.
5. 대동(大同)의 본질 회복을 위하여: 연예인 의존증 탈피와 공동체 정신의 부활
과거 대학 축제를 일컫던 '대동제(大同祭)'라는 명칭에는 구성원 전체가 크게 하나 되어 어우러진다는 지극히 공동체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축제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연예인들의 마케팅 무대이자, 소수의 관람객만을 위한 배타적인 소비문화로 변질되었습니다. 상아탑의 지성이라 불리는 대학이 상업주의 논리에 휘둘려 환경을 파괴하고, 불법적인 암거래를 방치하며, 동료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현실은 통렬한 반성을 요합니다. 이제라도 외부 기획사에 의존하는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바탕으로 한 대동의 진정한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화려한 조명과 귀를 찌르는 환호성 뒤에 남겨진 대학 캠퍼스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고려대의 벌목 논란과 중앙대의 귀마개 배부는 오늘날 우리 대학 축제가 얼마나 지나치게 상업화되었고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극명하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수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외부 연예인을 모셔오는 소비형 콘서트로 변질된 축제는 학생들에게 일시적인 도파민을 제공할지언정, 대학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연대감을 형성하지 못합니다. 이제는 대동제의 본래 의미를 되짚어보고, 지성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청춘의 장으로 축제를 재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나무를 베어내어 만든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는 결코 대학의 미래가 될 수 없습니다.